스냅챗 AI 챗봇, 내 아이의 ‘가상 친구’가 될 수 있을까?

0. 스냅챗 AI 챗봇, 10대와 부모들의 불안  '친구'처럼 다가오는 위험

10대 아들과 걱정스러운 표정의 엄마가 스마트폰 속 AI 챗봇을 바라보며 경고 표식 옆에 서 있는 장면을 담은 일러스트. 스냅챗의 My AI 챗봇이 청소년 사용자에게 미칠 영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스냅챗(Snapchat)이 최근 모든 사용자에게 출시한 AI 챗봇 'My AI' 기능이 예상치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오픈 AI의 ChatGPT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이 기능은,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거나 추천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대화 상대처럼 작동하며, 비트모지 아바타와 이름까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져 인간처럼 느껴지게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 특히 청소년 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에게 너무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공지능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 “AI가 친구처럼 보여요” – 부모들의 불안

미주리 주에 사는 한 엄마 린지 리(Lyndsi Lee)는 스냅챗의 My AI 기능이 딸에게 미치는 영향이 걱정돼 직접 사용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우리 아이가 인간과 AI를 감정적으로 구분하는 법을 배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사람처럼 말하고 반응하는 AI와의 접촉이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AI가 사용자 정보에 접근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사례도 알려졌습니다. 한 유저는 My AI가 처음에는 자신이 사는 지역을 모른다고 했다가, 갑자기 정확하게 콜로라도 주라고 응답해 “소름 끼쳤다”라고 말했습니다.

2. 삭제 불가한 AI, 돈 내고 없애는 청소년들

My AI는 스냅챗의 기본 기능으로 제공되며, 일반 사용자는 해당 챗봇을 삭제하거나 숨길 수 없습니다. 오직 유료 구독 서비스(Snapchat+, 월 $3.99)를 통해서만 비활성화할 수 있는데, 일부 청소년들은 이를 결제한 후 즉시 해지하는 방식으로 제거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한편, 몇몇 사용자들은 과제를 도와달라고 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My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나만의 AI 친구처럼 느껴져서 좋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정서적 의존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3. AI와의 대화가 아이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임상 심리학자 알렉산드라 햄릿 박사는 “기분이 다운된 10대가 ‘일부러 우울해지는 대화’를 AI에게 반복적으로 시도할 경우, AI가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사용자 스스로 AI가 기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도, 감정적으로는 영향을 받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스냅챗은 10대 사용자의 비율이 높은 플랫폼인 만큼, 정책이나 기술적 가이드라인 없이 AI 기능을 단숨에 도입한 점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민주당 상원의원 마이클 베넷은 스냅챗 CEO에게 보낸 공식 서한에서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AI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4. AI는 친구가 아니다 – 지금 필요한 교육

청소년 기술 교육 스타트업 WAYE의 창립자 시네이드 보벨은 “AI 챗봇은 친구가 아니며, 조언자나 치료사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부모가 자녀와 AI 윤리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AI가 사용자의 친구 목록에 함께 떠 있고 대화를 이어가는 사용자 경험 자체가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또한, 이러한 기술이 확산되는 속도를 고려하면 연방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감한 정보 공유, 감정 조작, 심리적 영향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마무리: ‘친근한 AI’는 정말 안전한가?

스냅챗의 My AI는 기술적으로는 놀라운 진보이지만, 사용자 연령대와 심리적 민감도에 따라 그 영향력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 대상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사회적 실험일 수 있으며, 아직 그에 대한 안전장치는 충분하지 않습니다.